클래식의 쓸모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클래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은 1970~80년대 팝송이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비틀스로 대표되는 1960년대 음악이다.

클래식을 듣는 일은 늘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였다. 예를 들어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쿠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찾아 듣거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를 읽고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는 식이다.

Mahler: Symphony No. 5: IV. Adagietto. Sehr langsam (“Decision to Leave”)

Sinfonietta | Leoš Janáček

그러니까 내가 클래식을 듣는 동기는 언제나 클래식 밖에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예전보다 클래식을 훨씬 자주 듣게 되었다. 그것 역시 외부적인 동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달리기 위해서다.

5km나 10km를 달리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길다.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음악을 듣는데, 예전에는 대부분 팝을 선택했다.

팝은 일정한 비트가 계속 이어진다. 그 비트는 귀를 통해 가슴으로 전해지고, 다시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페이스가 올라간다. 처음에는 기분 좋지만 어느 순간 오버페이스가 되어 힘들어질 때가 많다.

달리기는 삶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달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삶에도, 달리기에도 적당한 쉼이 필요하다.

어느 날 달리면서 클래식을 들어 보았다.

의외로 두 가지가 좋았다.

첫째는 긴 달리기의 지루함을 덜어 준다는 점이다. 둘째는 팝처럼 일정한 비트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악은 흘러가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전개된다. 그 여유가 자연스럽게 내 달리기에도 스며든다.

내가 주로 듣는 방송은 TuneIn 앱의 Classical California와 WETA Classical이다. 한 곡이 30분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짧은 곡들이 연속되는 팝과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 준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클래식의 쓸모다.

클래식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동기가 너무 순수하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누군가는 클래식을 사랑해서 듣고, 누군가는 공부하면서 듣고, 또 누군가는 달리기 위해 듣는다.

중요한 것은 이유가 아니라, 그 음악이 나에게 필요한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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